*폼 나는 "색"을 만나고 계십니까?[韓紙, Korean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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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를 촉촉하게 물에 적시어 투명한 유리에 붙이고
R, G, B수성잉크를 스포이트로 군데군데 떨어트립니다.

 

잠시 후,
잉크들은 물기와 종이 결을 따라 스스로의 색을 확장하기
시작합니다.

 

결을 만나면 뭉치고,
면을 만나면 맹렬한 기세로 넓혀가고
다른 색을 만나면 타협과 협상으로 중간지대(DMZ)를 설정한 뒤
서로가 섞이고 섞여 호칭하기 힘든 중간색으로 존재하고…….

 

사람이 자연적인 "이치"를 따라하는 것인지
"이치"가 사람에게 교육한 것인지
사람과 사람사이에 일어나는 다양한 "정치"
자연스럽게 종이 위에 펼쳐집니다.

 

부딪히되 소멸되지 않고 새로운 색을 만들고,
결을 만나면 뭉쳐서 세력을 굳히고,
성장의 힘이 모두 소멸 될 때까지 새로운 영역으로 돌진하는
치열한 일생을 통해 남는 것이 "최후의 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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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영역의 전투가 폭풍처럼 지나고 나면
제 3자가(공기) 중재하는 넓은 공동구역 영역을 형성하고
둥그런 경계의 끝을 따라 집결하여 호시탐탐
수복의 기회를 노리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뒤를 치는 다른 색을 방어하고, 협상하고, 타협하여
점차 자신의 영향력을 열려있는 뒤편의 범위로 미칠 수 있게 합니다.

물기가 마를 때까지 그렇게 만나고 타협하길 수십 차례,

 

점차,
본래의 색이 무엇인지 잊혀가고…….

무엇들이 왜 그렇게 치열한 다툼을 해야 했는지는 잊히고
색이 연한 중간지대와 색들이 뒤엉켜 주인이 누군지
구별할 수 없는 모호한 중간색만 남게 됩니다.

 

혹시,
표현하기 어려운 색을 "폼 나는 색"으로 정의하고 계십니까?

 

아이가 선호하는 명쾌한 분홍과 노랑 컬러,
아이로 돌아간 어르신이 선호하시는 색동컬러,
…….

그렇게 명쾌하게 시작되었던 홀홀히 가벼운 마음들이
공동체의 시간을 살아가면서 한마디 말로 묘사가 어려운
둥글둥글한 "폼 나는 잡색"의 인간이 되어갑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할 시간이 되면
그때서야 보이는 노화된 시력에 선명한 명쾌한 색동컬러!

 

호칭도 없는 "폼 나는 색"을 찾아 어찌 그리 바쁘게 살았는지
더 늦기 전에 돌아 볼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청춘의 시간입니다.

 

디자인? 
버리세요.
사진이 말하고 있는
시간의 힘을 믿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