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인내를 요구하는 과정 중 하나.

 

COMACAM의

Time Art작업 또한 다양한 실험의 연속이었습니다.

 

물론,

 본인이 스스로 자청해서 하는 작업이었지만 아무런 표식도 없는

 목적지를 향해 가야할 길을 찾는 작업은 COMACAM에게도

힘들고 어려운 시행착오의 연속이었습니다.

 

본인이 원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길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 보다
훨씬 더 당혹스러운 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너무 익숙해서
눈감고도 처리할 수 있었던 일상적이던 삶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것처럼 낮 설고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혹시 미치려고 그러나?
점점 미처 가는 것인가?
벌써 미친것인가?


그럴 리야 없다고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가끔 친구가 웃으며 놀리는
"정신병자!"라는 단어가 심각하게 느껴질 때가 사실 있긴 있습니다.

 

혹시,
내가 정신병자인 것이 사실인데
나만 모르거나 나만 부정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묻습니다.
내가 정상이 아니야?


F1222 RedBean_.jpg
팥(Red Bean)입니다.

 

2006년 어느 날 문득,
필요할 때 쓰려고 보관하고 있었던 씨앗 중에서
팥 콩을 몇 개 골라내어 흙에 심어 보았습니다.

 

하루, 이틀, 삼일, 일주일, 이주일…….
지루한 기다림이 계속됩니다.

 

원래 죽은 씨앗은 아닐까?
한번 파 볼까?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나?
혹시 흙이 오염된 것은 아닌가?

…….

정작 흙속의 콩과는 상관없는 콩에 대한 의혹과 의심들이
하루도 빼지 않고 20여 일 동안 계속되었으니

생각했던 불신을 노트로 쓰면 몇 권이고

자루로 담으면 몇 자루는
되었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일주 앞둔 2006년 어느 날,
꿈쩍도 않던 흙이 미세하게 갈라지는 징조를 확인하고
감동적인 생물(生物)을 촬영을 시작하였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꼼지락, 꼼지락.......,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툭, 훌러덩, 쭈삣, 투덕투덕......,

 

이렇게 예쁘게 자랐습니다.(PLAY버튼을 눌러주세요.)

 

촬영시스템이 온전치 못한 시절이라 화면의 질은
형편없지만 나름대로 생각할 점이 많았던 촬영이었습니다.

 

말 없는 콩도 말을 하는군!.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콩 스스로의 일정이 있군!.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이 사실이군!.
강아지보다 더 귀엽단 말이 사실이군!.

........!,

 

기대보다는 이해와 인내가 필요한 작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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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무(Radish)의 군무,
서로에게 눈을 맞추니 이제는 춤까지 춥니다.
.(PLAY버튼을 눌러주세요.)

 

이후로도

수많은 씨앗들이 피고지기를 반복하며
인터벌 촬영의 희생양으로 세상에서 사라져갔습니다.

 
싹을 틔우는 일이 쉬워질 즈음에 작업의 완성도와 상관없이
생물(生物)의 생사를 주관하는 일은 그만 두기로 하였습니다.

 

힘들게 자라난 싹을 폐기해야 할 때 같이 지낸 시간들에 대한 감상이

마음을 어둡게 만들어 먹고 사는 일이 아니면
인위적으로 싹을 틔우는 일은 그만하기로 했습니다.
 
것들과 매일을 함께 하다 보니
사람처럼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스스로 만족해야 끝나는 알량한 볼거리를 위해
힘들게 싹을 틔운 씨앗에게 생명으로서 살아볼 시간도
여유도 주지 않고 촬영이 끝나면 매몰차게 팽개쳐야 한다는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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